* 찬매랑가에서 판매한 웹재록 회지 <새벽의 매화> 수록 단편 '그의 이름'입니다.

* 원작 이후 시점,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매장소'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매장소와 린신의 오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회지에만 수록된 글로, 이전에 웹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 발간된 회지 원고와 내용은 동일하나, 웹에서 읽기 편하시도록 문단 간격을 조정했습니다.








그의 이름






  강좌맹 본원은 본래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주기적으로 식재료나 생필품, 약재 따위를 대는 이들만 드나들 뿐이었다. 그나마도 그들은 바깥 대문 하나를 넘는 것에서 그쳤기에 손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외부인이 강좌맹 종주가 기거하는 곳까지 들어올 일은 더더욱 없었다. 다만, 랑야각 소각주는 예외였는데, 그는 강좌맹에 속한 이는 아니었으나 종주의 정인이었으므로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했다. 종주는 물론 강좌맹 모든 형제들은 이제 그를 한 식구로 여겼다.


  정월이 절반쯤 지난 어느 날, 이 강좌맹 본원에 아주 오랜만에 손님다운 손님이 당도하였다. 객의 이름은 소경염. 다름 아닌 대량의 젊은 황제였다. 황궁을 지키고 있어야 할 그가 멀리 랑주까지 걸음 한 것은 모두 매장소 탓이었다. 주목받지 못하던 황자 소경염이 매장소의 도움을 받아 태자의 지위에 오르고, 선황이 붕어하여 제위를 물려받은 것이 벌써 네 해 전의 일이었다. 마치 한 몸과도 같았던 그의 벗, 임수는 그의 이름에 누가 될 수는 없다며 매장소로서 강호로 돌아갔다. 당시 그는 서너 해 정도 쉬고 나서 한 번, 금릉을 방문하겠다고 약조했었다. 그러나 꼬박 네 해가 다 지나가도록 그 약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서신은 꾸준히 주고받고 있었으나, 마지막으로 본 매장소의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에 걱정을 지우지 못한 소경염은 기어이 금릉을 벗어나고 말았다. 다행히 주변국의 정세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조정에는 믿을 수 있는 충신이 많아, 황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나라가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 지금의 대량이었다. 게다가 굳이 정월을 택한 것도 나름대로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본래 정월 보름까지는 국정이 휴무이니, 정월 한 달을 내리 쉬더라도 실제 공백은 원소절 이후의 보름뿐인 것이다. 심추와 채전을 비롯한 조정 중신들 역시 황제의 휴가를 반대하지 않았다. 태자에 봉해지고 나서부터 제위에 오른 지금까지 젊은 황제가 얼마나 쉼 없이 일했는지 아는 탓이었다.



  “정말 대단한 우정이 아닌가.”



  매장소가 소경염으로부터 랑주를 방문하겠다는 내용의 서찰을 받던 날, 린신은 반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반은 빈정거리며 말하였다. 린신으로서는 소경염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매장소는 별 말 없이 그저 한 번 눈을 흘기는 것에서 그쳤다.



  소경염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강호인처럼 꾸미고 열전영만 대동한 채 강좌맹의 대문을 두드렸다. 강좌맹 역시 그를 황제로 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소경염은 그저 종주의 절친한 벗,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매장소가 금릉에 머물던 시절에 그러했듯 소경염은 려강의 안내를 받아 가장 안쪽에 있는 매장소의 처소로 향하였다. 매장소는 제 처소를 찾은 황제를 앉은 자세 그대로 맞이하였다. 다만 읽고 있던 서책을 내려놓았을 뿐이었다.



  “오랜만일세.”



  매장소가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넸다.



  “좋아 보이는군.”



  소경염은 염려와는 달리 매장소의 혈색이 오히려 전보다 좋아진 듯하여 안도하며 그와 마주앉았다. 그제야 매장소의 곁에 앉은 린신이 소경염의 시야에 들어왔다.



  “린 각주도 그간 무탈하셨소?”



  그러나 린신은 소경염을 본 체 만 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장소의 시선이 그를 쫓았다.



  “4년만이 아닌가. 나는 피해줄 터이니 쌓인 회포나 푸시게.”



  그는 매장소나 소경염의 답은 듣지도 않고 방을 나섰다. 아무리 린신이 소경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명백히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라, 매장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곧 오랜만에 재회한 친우와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 의아함은 금세 잊히고 말았다.


  린신은 후원에 앉아 매장소와 소경염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내실의 창을 바라보았다. 네 해 전의 기억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매장소가 빙속단을 먹은 지 석 달이 다 되어가던 그 때, 린신의 아비는 기적을 가지고 찾아왔다. 화한독 치료를 위하여 빙속초를 먹은 병자에게 열 사람의 피를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세간에는 불로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초. 노각주는 소중한 벗의 유일한 핏줄을 살리기 위해 십 수 년, 그 약초를 찾아 중원이나 동해는 물론이고 서역까지도 걸음을 아끼지 않았다. 린신은 그렇게 가까스로 생을 되찾은 매장소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정인으로서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린신이 지금까지도 종종 그 즈음의 매장소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 기적과도 같은 소생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임수일세!’



  그는 귓가를 세차게 때리던 그 목소리를 기억했다. 매장소는 임수의 부호일 뿐이라며, 임수로서 죽고 싶다고, 그것이 제 행복이라고 외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린신에게 있어 정인은 오로지 매장소 뿐이었다. 임수는 모르는 이였다. 하지만 임수로 돌아가는 것이 매장소의 원이라면, 린신은 자신이 언젠가 그것을 이루어주어야 한다 생각했다. 자신은 정인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자기 자신보다 정인의 행복이 더 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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