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매랑가에서 판매한 웹재록 회지 <새벽의 매화> 수록 단편 '극락'입니다.

* 이승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극락이라 불리는 사후 세계에서 깨어난 매장소의 이야기입니다.

* 발간된 회지 원고와 내용은 동일하나, 웹에서 읽기 편하시도록 문단 간격을 조정했습니다.








극락





  “신…….”



  참 야속한 이다. 린신은 힘겨운 숨을 내뱉는 매장소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 더 일찍 그리 불러주지 그랬나.”



  그리 다정히 불러줄 수 있었으면서. 작은 원망이 피어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이제 와서 원망한들 다 소용 없는 일이었다.



  “……미안하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면서, 매장소는 굳이 마르고 차게 식은 손을 뻗어 제 손가락을 린신의 것에 엮었다.



  “비류를 부탁하네.”

  “그 녀석도 내가 살렸는데, 말하지 않아도 그리 할 것이네.”

  “경염도…….”

  “그 치는 내 알 바 아니고.”



  린신이 말을 끊자, 매장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지켜봐 달라는 것이야. 랑야각주로서……, 황제 소경염의 치세가 어떠하였는지.”



  매장소는 이제 눈도 뜨지 못했다. 힘없이 늘어진 창백하고 마른 몸에 감은 눈까지, 어찌 보더라도 송장 꼴이었다. 가슴께가 아주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아야 아직 살아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내게 남길 말은 정녕 그것뿐인가?”



  린신은 이미 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매장소에게 물었다. 그러나 답을 할 수 있다 한들 매장소는 그에게 감히 더 많은 말을 남길 수 없었다. 열네 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끊임없이 린신은 매장소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다. 매장소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단 한 번도 제대로 받아준 적이 없었다. 당연히 받은 애정을 돌려준 적도 없었다. 그 자신 역시 린신을 향한 연정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음에도. 연정을 나누기에는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형님,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어온 전우들. 자그마치 7만의 명예가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일을 마쳤다고 생각했을 때, 매장소에게도 임수로서의 삶을 되찾을 기회가 찾아왔다. 매장소는 한결같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 이를 외면하고 임수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도 여전한 애정으로 저를 보살펴 주는 이 미련하고도 다정한 이에게, 더는 이기적인 말을 남길 수는 없는 것이었다.



  “좋아. 자네 말대로 전부 이 두 눈으로 지켜보겠네. 그러니 자네도 내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게나. 이제까지는 내가 자네를 기다렸으니, 앞으로는 자네가 나를 기다리게.”



  매장소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입 꼬리를 끌어올려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임수로서 삶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쁨은 물론, 린신을 향한 기다림을 약속하는 의미까지 담긴 미소였다. 린신이 그 뜻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은 아무래도 좋다고, 매장소는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은 린신을 기다릴 것이고, 다시 만나는 날, 린신은 분명 이 날의 미소를 떠올려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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