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매랑가에서 판매한 웹재록 회지 <새벽의 매화> 수록 단편 '청포(靑袍)'입니다.

* 같은 옷(커플룩) 맞춰 입은 린매가 보고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짧은 글입니다.

* 발간된 회지 원고와 내용은 동일하나, 웹에서 읽기 편하시도록 문단 간격을 조정했습니다.

* 트리거 요소: 자살








청포(靑袍)






  겨우내 차게 식어 있던 공기와 얼어붙어 있던 땅에 본격적으로 따스한 기운이 들며 봄꽃들도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강호의 모든 세력을 굴복시키고 천하제일 방파로 올라 선 강좌맹의 젊은 수장은 완연한 봄기운에 늘어지는 몸을 일으켰다. 강좌맹 본부 내원의 연못은 크기가 꽤 커서, 연못을 가로질러 건너갈 수 있도록 활꼴의 다리가 놓여 있었다. 매장소는 그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수면 위로 물고기 먹이를 흩뿌렸다. 그는 배를 채우느라 정신없는 잉어들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연못 주변에 둘러선 꽃나무로 시선을 옮겼다. 진분홍과 연분홍 혹은 흰색의 꽃들과 푸른 상록수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종주. 예서 무얼 하십니까?”



  어느새 다가와 묻는 이는 강좌맹의 타주, 려강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아닌가. 그 기운을 담뿍 받아두려 나왔네.”



  매장소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답했다.



  “무슨 일이기에 나를 찾았는가?”

  “그것이―”



  려강이 채 답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 매장소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무리 강좌맹주 매장소가 무공을 전혀 하지 못하는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다른 곳도 아닌 강좌맹 본원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매장소의 곁을 지키고 있는 그 곳에서 그를 이리 대할 수 있는 이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소각주께서 오셨군.”



  매장소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를 알아보았다. 린신이 낮게 웃었다.



  “자네는 그만 가보게.”



  린신은 려강에게 그리 이르며 매장소의 허리를 감싸 안고 안채로 향했다. 매장소는 순순히 린신을 따랐다.



  “일단 맥 좀 보지.”



  마주 앉자마자 린신은 매장소의 손목부터 잡았다. 매장소는 손목을 내어주고 다소 긴장한 낯으로 린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쁘지 않군.”



  린신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매장소가 따라 웃었고, 린신은 재빠른 동작으로 그런 매장소의 입술을 훔쳤다. 짧은 입맞춤에도 매장소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본디 호방한 무인의 기질을 타고났으나, 약관이 지나기도 전에 내공을 잃고 백면서생이 되는 바람에 성적인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린, 린신…!”

  “뭐 어떤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아니, 누군가 본다 한들 또 어때? 어차피 이 강좌맹 본원에 자네와 내 사이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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